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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년, 64세의 로마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조카인 한니발리우스를 내세워 사산 조 페르시아를 침공한다. 페르시아를 침공한 로마 군대에는 특별한 임무를 맡은 부대가 있었다. 페르시아군의 후방으로 몰래 침투해 교란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였다. 이 부대의 구성은 매우 다양했다. 라틴인 외에도 게르만인, 슬라브인, 훈족, 켈트인, 아랍인, 페르시아인 등등 다양한 인종이 들어차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제국 내에서 소수인종으로 차별받으며 지내다가 군대에 들어와 입신양명해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그 부대의 지휘관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총사령부의 지시에서 불길함을 감지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의 부대는 희생양이었다. 로마군은 주인공의 부대를 희생시키고 페르시아군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한 주인공은 결사항전을 포기하고 부대와 함께 페르시아군에게 항복했다. 페르시아는 이들을 동쪽 쿠샨 왕조와의 접경지역으로 보내기로 했다. 로마 접경지역에 놔두면 쉽게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포로 이송 과정에서 비인간적인 대우가 행해졌다. 주인공이 그냥 있을 리 없다. 우리의 주인공은 포로 이송 책임을 맡은 페르시아군 장교(부주인공)에게 맞짱을 제의했다. "네가 이기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주겠다. 내가 이긴다면 더 이상 내 부하들을 괴롭히지 마라." 맞짱에서 주인공이 이겼다. (주인공이니까. -_-) 맞짱 덕분에 포로에 대한 처우는 상당히 개선되었고, 주인공과 부주인공이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뜻밖의 결과도 가져다주었다. 동쪽 변방에 도착한 로마 포로들과 페르시아군은, 중앙아시아 일대를 왕래하는 소그드 상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잠시 동안 편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페르시아가 이번엔 쿠샨 왕조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로마 포로들이 화살받이로 동원될 처지에 놓여졌다. 주인공은 갈등하다가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부주인공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페르시아와 쿠샨 왕조의 전쟁은 우리와 무관한 일이다. 우리와 무관한 일에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 나는 내 부하들을 이끌고 새로운 땅으로 탈출하고 싶다." 부주인공은 그 동안 주인공과 두터운 우정을 쌓아 온 터였다. "좋다. 당신과 나는 이미 형제와 같다. 당신이 가는 길을 나도 함께 하겠다." 결국 로마 포로집단과 페르시아군은 주인공과 부주인공의 지도 하에 투르케스탄 방향으로 집단 탈출을 감행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소그드 상인들이 그들의 탈출을 도왔다. 동북쪽으로 계속 올라간 그들은 지금의 알타이 산맥 부근까지 도달했다. 그곳은 선비족 모용씨의 전연(前燕)의 간접지배를 받고 있는 곳이었고, 흉노 휴도왕의 태자였던 김일제의 후손들이 모용씨의 감시를 받으며 귀양살이 아닌 귀양살이를 하고 있었다. 휴도왕 가문은 흉노가 대제국을 이루던 시절 하늘에 제사 지내는 일을 맡은 제사장 가문으로, 유목세계에서의 종교적 영향력이 꽤 컸다. (1300여년 후의 달라이 라마가 그러했듯이) 그래서 모용씨는 김일제의 후손들을 포로로 잡아두고 있는 것이었다. 이심전심이랄까. 김일제의 후손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오던 로마-페르시아 무장집단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알타이 산맥 한 자락에서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편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시간도 오래 가지 않았다. 모용씨가 전쟁을 준비하면서 이들에게도 동원령을 내린 것이었다. 342년의 일이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로마-페르시아 무장집단에게 대대적인 처우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며, 김일제의 후손들은 귀양살이에서 풀려 전연의 통치집단에 편입된다는 미끼가 던져졌다. "어느 나라와 전쟁을 벌이는 것인가?" "동쪽의 고구려를 치러 간다." 주인공은 다시 불길함을 감지했다. 8년 전에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을 때와 너무도 상황이 비슷한 것이다. 주인공은 김일제의 후손들 중 가장 유능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던 강세(康世)를 붙잡고 말렸지만 강세는 귀양살이가 풀린다는 기쁨에 들떠 주인공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고구려 침입이 시작되었다. 주인공의 예감이 맞았다. 전연의 본대는 고구려의 수도 환도성을 성공적으로 함락시켰지만 김일제의 후손-로마-페르시아 무장집단은 양동작전에 동원되었다가 퇴로를 고구려군에게 차단당하고 말았다. 진퇴양난. 강세를 비롯한 김일제의 후손들은 주인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깊이 후회했다. 이 때에 극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주인공. "싸우면 개죽음을 당할 뿐이고, 퇴로를 뚫는다 해도 결국은 다시 선비족의 포로 노릇을 하게 될 뿐입니다. 이 참에 끝까지 동쪽으로 나가서 우리만의 새로운 나라를 만듭시다. 강자에게 이용당하지 않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보잔 말입니다." 결국 이 집단은 동쪽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온갖 고초를 무릅쓴 이들의 앞에 동해 바다가 나타났다.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로마-페르시아 무장집단 중에는 바다를 본 사람들도 몇몇 있었지만 김일제의 후손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바다를 보는 것이었다. 이들은 그 지점에서 남쪽으로 향했다. (북쪽은 추우니까. -_-) 그리고 지금의 경주 분지에 도달했다. 한 해가 지난 343년의 일이었다. 경주 분지에는 신라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는 석씨 성을 가진 흘해라는 사람이 이사금(임금)이지만 사실상 백제의 식민지와 다름없었다. (흡사 일제시대의 이왕가처럼) 13년 전인 330년에 신라인들이 지금의 김제 지역으로 대거 끌려가 벽골지를 완성한 적도 있었다. 새로 내려온 김일제의 후손-로마-페르시아 무장집단은 흘해이사금을 꾀었다. "우리와 함께 손을 잡고 백제에 맞섭시다." 흘해이사금은 이들의 무력을 믿고 백제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백제가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346년, 백제-왜 연합군이 신라의 수도 금성에 육박했다. 흘해이사금은 강세를 이벌찬으로 삼아 백제-왜 연합군에 맞서게 했다. 강세는 먼저 지구전으로 백제-왜 연합군을 지치게 만들었다. 백제-왜 연합군은 식량이 다하여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금성에서 강세와 주인공, 부주인공이 김일제의 후손-로마-페르시아 무장집단을 이끌고 맹공을 감행했다. "이 전투에서 지면 우리는 사람답게 살아갈 기회를 잃고 말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강세의 군대는 악에 받쳐 있었고, 완전히 목숨을 건 상태였다. 백제-왜 연합군은 도저히 당해낼 수 없어 퇴각하였고, 신라는 50여년 만에 백제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그리고 356년에 흘해이사금이 아들을 두지 못한 채 세상을 뜨자, 강세가 주인공 등의 추대를 받아 새로이 신라국왕이 되었으니, 이 사람이 바로 신라 17대 내물이사금이다. 내물이사금은 주인공과 부주인공을 재상으로 삼아 자신을 보좌하게 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열정은 김씨 신라의 전통으로 이어져, 결국 300여년 후의 삼국통일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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