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ed by 어부 at 2008/03/04 13:09 # 기린아님 / '패권으로 잡은 권력 과시'라는 함정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죠. 동아시아에서는 원나라가 재정 궁핍으로 망했다는 소리가 있는데, 역사에 지식이 짧은지라 어느 정도나 중요한 원인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전염병으로 황폐화해서 농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리도 들어서요.
유목세계에서 지도자의 덕목으로 이야기되어지는 것들은 농경세계에서 지도자의 덕목으로 이야기되어지는 것들과 차이가 많(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설명하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긴 하지만 -_-;;;; 대체적으로 유목세계의 지도자들 보다는 농경세계의 지도자들이 절약에 더 관심을 기울인 것 같다. 유목과 농경이라는 차이 때문일까? -_-a
절약을 유목세계 지도자의 덕목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은 몽골 제국의 2대 황제 우구데이(오고타이)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카안(우구데이)은 ..... (중략) ..... 각종 사람들에 대하여 은사와 관용을 최대한 베풀며 애정을 보여 주었다. 그의 성격이 얼마나 관대한지 눈깜짝할 만큼의 한 순간도 정의의 확산과 관용의 정착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 (중략) ..... 그(우구데이)는 "그런 것(재물)을 모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중요한 지혜를 결여한 셈인데, 왜냐하면 묻혀진 재물과 흙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생각할 수 없고, 효용이 없다는 점에서는 둘 다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중략)
또 다른 일화 6 살아갈 방도도 없고 아무런 기능도 갖고 있지 못한 가난뱅이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쇳조각을 몇 개 송곳 모양으로 갈아서 나무에 끼워 놓고 카안이 지나가는 곳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 (중략) ..... 그는 "저는 비참한 처지에 가진 것도 적은데 식솔들은 많습니다. 이 송곳들을 어전에 바치러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그것들을 주었다. ..... (중략) ..... 카안은 "그가 갖고 온 것을 내어 보아라!" 고 지시했다. ..... (중략) ..... 그러고는 보리 한 톨의 가치도 없는 송곳 한 개마다 은 1발리시씩 값을 쳐주라고 지시했다.
(중략)
또 다른 일화 8 어떤 사람이 왕실 재고에서 500발리시를 자본금의 명목으로 자신에게 주어 그것으로 교역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 (중략) ..... 신하들이 "이 사람은 근본이 없고 돈도 없으며, 그만큼의 액수를 부채로 갖고 있습니다."라고 아뢰었다. 카안은 그에게 1000발리시를 주어 반은 채권자들에게 주고 나머지 반은 자본금으로 쓰라고 지시했다.
(중략)
또 다른 일화 10 한 오르탁이 재고에서 500발리시를 자본금 명목으로 가져갔다. 얼마 후 그가 돌아와 그 발리시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데 대하여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카안은 다시 한 번 500발리시를 주라고 명령했고 그는 그것을 취했다. 다음 해에 전보다 더 궁핍해져서 돌아와 또 다른 변명을 했다. 카안은 그만큼 더 주라고 했고, 그는 돈을 잃고 다시 돌아와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 (중략) ..... 그(우구데이)는 "발리시의 본질은 그대로 있는 셈이다. 그에게서 그것을 빼앗은 사람들도 나의 백성이니 재화는 역시 우리의 수중에 있는 셈이다. 지난 번에 그에게 주었던 액수만큼 다시 주고, 앞으로는 낭비하지 말라고 말하도록 하라"고 지시하였다.
또 다른 일화 11 키타이의 도시들 중에서 다이밍푸(大名府) 사람들이 청원하기를 "우리에게는 빚이 8000발리시 있는데, ..... (중략) ..... 여유를 주라는 칙명을 내리신다면 저희는 그 빚을 천천히 갚을 것이고 완전히 파탄에 이르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카안은 "채권자들에게 여유를 주라고 강요한다면 그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방치한다면 백성들이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왕실 재고에서 갚아 주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채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증서를 갖고 오거나 아니면 채권자가 직접 출두해서 금액을 수령하라는 포고문을 주었다. 한 사람은 채권자가 되고 다른 사람은 상대방 즉 채무자가 되어 거짓으로 발리시를 취해 가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청원했던 것의 두 배를 받아가기까지 하였다.
(중략)
또 다른 일화 15 카라코룸 지방에서는 혹심한 추위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었으나, 카안의 치세에 그것을 시작하였다. 어떤 사람이 무를 심어 몇 개를 수확해서 그것을 카안의 어전으로 갖고 왔다. 카안은 그것을 잎과 함께 숫자를 세라고 지시했는데 모두 100개로 계산되었다. 그는 그에게 발리시 100개를 주라고 명령했다.
(중략)
또 다른 일화 16 그는 카라코룸에서 2파르상(즉 약 11km) 떨어진 곳에 전각을 지으라고 명령했고 ..... (중략) ..... 어떤 사람이 그 부근에 버드나무와 아몬드나무를 몇 그루 심었다. 그 지방에는 추위가 혹심하여 나무가 자랄 수 없었는데, 우연히 그것들이 푸르게 되었다. 카안은 나무 한 그루에 금 발리시 한 개씩을 그에게 주라고 지시했다.
(중략)
또 다른 일화 21 한 가난뱅이가 그의 어전에 왔는데, 가죽끈을 열 개 막대기에 묶고는 입을 열어 카안을 위하여 기도하며 ..... (중략) ..... "저는 염소 한 마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가족에게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그 고기를 팔고, 병사들을 위하여 그 껍질로 가죽끈을 만들어 갖고 왔습니다." 카안은 그 가죽끈들을 축복받은 손에 받아들고 "이 불쌍한 사람은 염소에서 가장 좋은 부분을 내게 갖고 왔다"고 말하면서 그에게 100발리시와 양을 1000마리 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것을 다 쓰고 나면 다시 와서 또 받아 가라고 명령했다.
(중략)
또 다른 일화 23 어떤 사람이 그에게 붉은 버드나무로 만든 채찍 200개를 갖고 왔는데, 그 나무는 그 지방에서는 땔감으로 태우는 것이다.카안은 그에게 200발리시를 주라고 명령했다.
(중략)
또 다른 일화 30 한 사람의 궁장(弓匠)이 있었다. 그는 아주 형편없는 활을 만들었기 때문에 카라코룸 시에서 유명해져서 어느 누구도 그의 활을 사지 않았다. 하루는 그가 활 20개를 막대기에 묶어서 오르두의 문 앞에 서 있었다. ..... (중략) ..... 카안은 그 활들을 취하고 대신 금 20발리시를 주라고 명령했다.
(중략)
또 다른 일화 32 (중략) .....아비시니아 노비들(흑인노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카안은 그 사람에게 그런 노비들을 구할 수 있는지 없는지 물어 보라고 지시했다. 그는 "그것이 저의 직업입니다"라고 말했다. 카안은 그에게 발리시 200개와 통행용 칙명을 주라고 지시했다.그는 결코 돌아오지 않았고, 아무도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 完!
(중략)
또 다른 일화 37 어떤 사람이 그에게 석류를 선물로 갖고 왔다.그는 그 석류 안의 알맹이들의 수를 세어 보라고 한 뒤에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 알맹이 하나마다 발리시 한 개씩을 주었다.
=>라시드 앗 딘 지음, 김호동 역주, [칸의 후예들](사계절, 2005), 115쪽~137쪽에서 발췌
한족(漢族) 사관이 대원제국(大元帝國)의 태종(太宗) 황제를 칭송하는 한문(漢文) 역사서를 짓는다면 결코 위와 같은 사례들을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32번 일화는 두고두고 망신거리가 될 테니) 위 사례들은 사료 편찬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배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시드 앗 딘은 우구데이를 칭송하려는 목적으로 위와 같은 일화들을 늘어놓았다. 그렇다면 결국 농경세계에서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히는 것들이 유목세계의 그것과는 달랐다는 결론을 내야 하지 않을까?
제목 : 몽골 제국의 멸망 - 낭비의 무절제일까? 관대함과 무절제함의 사이에서 (1)어부님이 언급하신 재정궁핍에 의한 멸망은 주요 재정 수입원이었던 남중국 지역이 14세기 중반에 계속된 반란으로 소금세, 상세 수입이 사실상 끊어지고 대운하를 통한 몽골. 북중국 지역에 대한 식량 공급루트가 끊어지게 되는게 원인입니다.언급하신 전염병은 각종 천재지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가지 천재지변으로 몽골고원의 몽골족이 남하하고 각종 물자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와중에 식량공급과 재정 충원이 되지 ......more
절약을 유목세계 지도자의 덕목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은 몽골 제국의 2대 황제 우구데이(오고타이)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족(漢族) 사관이 대원제국(大元帝國)의 태종(太宗) 황제를 칭송하는 한문(漢文) 역사서를 짓는다면 결코 위와 같은 사례들을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32번 일화는 두고두고 망신거리가 될 테니) 위 사례들은 사료 편찬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배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시드 앗 딘은 우구데이를 칭송하려는 목적으로 위와 같은 일화들을 늘어놓았다. 그렇다면 결국 농경세계에서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히는 것들이 유목세계의 그것과는 달랐다는 결론을 내야 하지 않을까?